취미/달리기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 에세이

리벨로 2020. 7.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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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다. 1980년대부터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태엽 감는 새(원제: 태엽 감는 새 연대기)』, 『해변의 카프카』, 『1Q84』 등 여러 베스트셀러를 썼다. 최근 작품으로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기사단장 죽이기』 등이 있다.

 

하지만 남들이 다 읽는 베스트셀러에는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생기는 반동분자 성격인지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어본 것이 거의 없다. 처음 접한 그의 소설이 분량이 길고 난해한 『1Q84』여서 더욱 정을 붙이지 못한 것 같다. 가장 최근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었는데 『1Q84』보다는 훨씬 읽기 쉬웠지만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소설은 아니었다.

 

그렇게 이름과 명성 정도만 알고 있던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관심 없던 그에 대해 몇 가지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다 읽고 난 후에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여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두 번째는 그가 베스트셀러 몇 작품만 쓴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장편, 단편, 수필 가리지 않고 다작을 하는 작가였다는 것이다.

 

 

 

 

 

 

 

 

 

 

 

어쨌든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달리기에 관한 에세이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책 중 하나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발행된 지 오래된 책이기도 하고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하지도 않아서 읽을 목록에서 제외했었다.

 

하지만 바로 전에 읽은 『삶이 버거운 당신에게 달리기를 권합니다』 덕분에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의 권말에는 옮긴이의 말이 있는데 옮긴이는 이 책과 하루키의 책이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두 책 모두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타인에게 달리기를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키는 전업 소설가가 된 후 건강 유지에 심각한 문제를 겪었다. 하루종일 앉아서 글을 쓰는 생활을 하자 체력이 점점 떨어지고 체중이 늘어났다. 글을 쓰는데 신경을 집중하면서 어느새 담배를 하루에 60개비나 피웠다. 앞으로 계속해서 소설가로 살아가려면 체력을 지켜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고, 동료도 특별한 도구나 장비도 필요하지도 않은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러너가 되어갔다.

 

 

 

 

 

 

 

 

 

 

 

하루키는 이 책에서 달리기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하루키는 소설가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첫 번째로 재능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참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로 꼽는 것이 집중력, 세 번째가 지속력이다. 소설가에게는 하루에 3~4시간을 집중해서, 반년 또는 1년, 2년을 지속해서 유지할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가 집중력과 지속력을 위해 선택한 것이 달리기다.

 

 

 

 

 

 

 

 

 

 

 

달리기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을 읽으면서 점점 그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다시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루키가 달리기를 할 때 듣는 음악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그 중 The Lovin' Spoonful의 《Summer In The City》는 지금까지 나의 러닝 플레이리스트 중 베스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하루키의 달리기 명언으로 많이 나오는 바로 그 문장이 나온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자신의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면 쓰고 싶어한 문장이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다른 읽어보고 싶은 책도 생겼다. 하나는 하루키가 잠깐 언급한 「달려라 메로스」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소설 중 하나이다. 왕에게 사형을 선고 받은 주인공이 친한 친구의 목숨을 담보로 고향에 다녀오겠다는 약속을 한다. 주인공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갖 고난을 헤쳐가며 최선을 다해 달리는 이야기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이다. 하루키가 이 책의 제목을 변형해서 사용하기 위해 레이먼드 카버의 배우자인 테스 갤러거에게 허락을 받았다.

 

 

 

 

 

 

 

 

 

 

하루키와 달리기. 나온 지는 꽤 지난 책이지만 달리는 사람에게,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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